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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위해 함께하는 우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저희들은 부산혜원학교의 교사로서, 2023년부터 부산광역시 교육청 지정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작 당시에는 교사들조차 탄소중립에 대해 생소했고,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배워가며 서로 의지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도, 학생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활동 자체에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속 가능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UN에서 결의한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처럼, 저희도 우리 학생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혜원-SDGs’입니다. 학생들이 실천하며 삶 속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하고 확장성 있는 10가지 과제를 만들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아 학교 환경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이를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환경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환경 교육의 사례들이 특정 주제나 행사에 한정된 일시적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환경 문제는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지만, 많은 교육 자료가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라 학생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직면한 구체적인 환경 문제와 연결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는 환경 문제를 단순히 "커다란 문제"로 인식하게 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찾기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환경 교육이라는 큰 교육의 장에서 장애 학생들을 충분히 고려한 프로그램이 부족하여,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환경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의 환경 감수성을 길러 일상 속에서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의 환경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장애 학생들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맞춤형 교육 활동에 힘을 쏟았습니다.
써니텐은 행복한 지구를 위한 10가지 실천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자원되살림 활동과 관련하여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협업하여 자랑하고 싶은 활동들을 소개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활동 1. 휴지심 프로젝트
학교와 가정에서 사용 후 버려지는 휴지심을 모아 대형 조형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을 기획하였습니다. 교육공동체가 가정과 학교에서 한마음으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800여 개의 휴지심을 모았고, 이렇게 모인 휴지심을 학생과 교사의 손길로 다듬어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키스 해링의 대표작을 오마주하여 휴지심 하나하나마다 그림을 그리고 꾸며 가로 2m 30cm, 세로 1m 크기의 조형물을 제작하였습니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작품을 완성했다는 성취감과 쓰레기 활용하여 새롭고 가치 있게 업사이클링 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의미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활동 2. 우유팩 되살림 활동
학교 급식과 수업 후 배출된 우유팩을 수거하여 인근 행정복지센터에서 1kg당 종량제 봉투 1L 두 장으로 교환해오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매일 우유팩을 씻고 말리는 학생들의 수고에 비해 작은 결과물일 수 있지만, 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쁨과 종량제 봉투를 이웃에 기부하는 보람으로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활동 3. 카카오 메이커스와 함께하는 즉석밥 용기 모으기
카카오와 CJ가 후원하는 새가버치 8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버려지는 즉석밥 용기를 수거하여 새로운 용도의 제품으로 제작하고, 그 판매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부산혜원학교의 전교생과 교직원이 함께하여 한 달여간, 350여 개의 용기를 모았으며, 플라스틱 재활용의 가능성을 체험하고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활동 4. 흔적 없는 여행
금강공원에서 실시한 전교생 현장체험학습에서 탄소중립 시범학교 환경지킴이 동아리가 앞장서 분리수거와 줍깅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오히려 환경을 아름답게 보존하는 데에 힘쓴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동아리 학생들이 일반 쓰레기, 캔류, 비닐류 등 역할을 나누어 현장학습 쓰레기와 줍깅 쓰레기를 분리·정리하여 학교로 가져옴으로써, 자연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활동 5.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우리 학교의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은 점심시간 잔반 줄이기 캠페인입니다. 각 반의 잔반량을 측정하여 지난달과 비교하였고, 잔반이 줄어든 반에는 자체 제작한 굿즈(양말, 핸드타월)를 선물로 제공하여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학생들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며 자원의 소중함과 절약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일일 평균 잔반량은 38kg이었으나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의 결과 평균 잔반량이 23kg으로 29.5% 감소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활동 6. 쓰리고(주고 받고 나누고) 축제
쓰리고 축제는 교육공동체의 기부로 마련된 650여 점의 물건을 나누는 장터입니다.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들을 기부받아, 서로 주고받고 나누는 축제의 장을 열었습니다. 옷, 인형, 가방과 액세서리, 생활용품, 문구류, 장난감 등 6개의 판매 부스와 게임마당, 페이스페인팅, 노래방, 분식집, 카페, 솜사탕 가게 등 6개의 체험 부스가 다채롭게 운영되었으며, 특히 분식집과 카페는 학부모회의 지원으로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즐겁게 탄소중립을 실천한 행복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2년간 탄소중립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먼저, 교사가 변했습니다. 종이 출력물을 지양하고, 텀블러 사용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각종 행사에서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작은 부분 하나까지 신경 쓰며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고민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변했습니다. ‘탄소중립은 마음이다. 왜냐하면 진심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1반 김** 학생. 재미있는 체험 중심 활동을 통해 탄소중립을 배움으로 학생들에게 이제 탄소중립이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학생들에게 탄소중립은 학교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이자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학부모가 변했습니다. “탄소중립 행사 언제 합니까? 우리가 뭐 할 거 없습니까? 그런 일이라면 우리가 얼마든지 하지요~” 라며 먼저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물어보십니다. 가정에 도움을 요청하면 휴지심이면 휴지심, 즉석밥 용기면 즉석밥 용기, 바자회 물품까지, 때로는 돕는 손길로 열심히 참여하고 계십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우리의 활동은 단순한 학교 행사 이상으로, 가정과 지역사회가 하나 되는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길을 택하겠다는 교육공동체의 굳은 다짐은 이곳에서 매일 작지만 값진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란 단어가 우리 학교에서는 이미 생생한 현장이 되었고, 이 소중한 변화는 학생들의 삶 속에서도 아름답게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지적 장애와 정서․행동장애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활동에 참여하고 즐거워하지만, 그 활동의 취지와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며 참여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활동마다 의도를 설명하고, 또다시 홍보하며, 마음에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때로는 작은 성취 하나에도 교사들의 인내와 배려가 담기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우리의 수고가 쌓여야 했습니다.
교육용 자료 또한, 간단히 구매해서 나누어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불필요한 쓰레기를 늘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수업마다 교사들의 손끝에서 재활용과 새활용을 통해 자료를 직접 만들었고,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요구했습니다. 하나하나의 자료에 담긴 우리의 노력은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씨앗이었고, 비록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곳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진심이 학생들에게 조금씩 전해지고 있음을 믿습니다.
특수교사로서 장애학생들의 환경교육 자료 개발에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우리가 만들어내야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기후 위기와 우리의 대응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 지 겨우 2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구를 병들게 만든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 걸음을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입니다.
부산광역시 대저동 모퉁이 특수학교의 작은 움직임이 온 세상을 바꿀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나 자신, 가정과 학교, 지역 사회... 희망을 잃지 않고 우리는 계속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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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sms 총 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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